서울 노원구 계산노인문화센터에서 ‘당구 아카데미’를 수강 중인 회원들이 동호회를 만들어 당구를 즐기고 있다. [노원구 제공] | |
장구를 잡은 정광자(61)씨는 경로당에 오는 화·목요일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들뜬다. 정 할머니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했는데 장구채를 잡은 이후로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며 “나이 들수록 좋은 친구들과 취미가 중요하다던데 이곳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 때우기를 하는 곳으로 여겨지던 경로당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내 3080여 곳의 경로당 중 1160곳에서 건강·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열고 있다. 구청마다 경로당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를 2명씩 뽑아 이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경로당에서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노인들의 ‘입맛’에 맞게 꾸며진다. 컴퓨터·인터넷 배우기(강북구)부터 당구(노원구)·스포츠댄스(서대문구) 등의 건강 강좌, 사물놀이(도봉구)·난타(중구)·연극(강동구) 등 문화강좌까지 다양하다.
경로당이 이처럼 ‘진화’한 데는 노인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한몫한다. 중구 동호경로당에서 난타를 가르치는 오미림 강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가르치지만 특히 이곳 어르신들의 열정이 뜨겁다”며 “은퇴한 이후가 진정한 자기 삶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난타를 10개월째 배우고 있는 정순문(71) 할머니는 “이제 자식들에게서 벗어나 나에게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약수노인종합복지관의 임은정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강사의 경력을 묻는 것은 기본이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을 꼼꼼히 적어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다. 임 할머니는 “노인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는 모습은 젊은이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활기차게 사는 모습이 나를 위해서도, 자식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한다.
서울시 김명용 노인복지과장은 “경로당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낡은 시설을 개·보수하는 ‘경로당 르네상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요구를 세밀하게 파악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시설 개·보수를 위해 39개 경로당에 34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임주리 기자
출처:news.joins.com